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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영화 후기, 오랜만에 제대로 몰입한 영화, 실화 쿠키 평점

피크잇 2025. 4. 7. 11:04

 

 

 

한국영화엔 손이 잘 안 가는 요즘,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본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평론할 만큼 깊은 조예도 없고 글도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감상평을 짤막하게나마 남겨보려 합니다.

참고로 저는 영화인에 대한 스캔들이나 이슈에는 무관심한 편입니다. 이병헌 씨와 유아인 씨 모두 어떤 이슈가 있었다는 건 얼핏 알고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이 포스팅에서는 작품 자체만 보고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영화의 평점은 현재 8.67점으로 근래 봤던 한국 영화 중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지루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간혹 계시는데 도파민 팡팡 터지는 강렬한 영화 보단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연기에 집중하는 영화라 그런 것 같습니다. 곁가지 없이 우직하고 담백한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ps. 영화에서 비치는 옛 시대적인 배경과 소품 스타일의 디테일을 감상하는 것 또한 한 가지의 큰 재미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과거 모습의 한국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이 또한 눈이 즐거웠습니다.

 

바둑을 소재로 한 작품

바둑을 소재로 하는 작품 중 세번째입니다. 첫 번째가 고스트 바둑왕으로 어린 시절 저에게 바둑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었던 만화책이죠. 바둑에 대해 하나도 모르지만 꽤나 재미있게 읽었죠. 두 번째가 정우성 배우가 출연했던 신의 한 수였습니다. 바둑을 소재로 하지만 사실 몸싸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작품이었죠. 이럴 거면 처음부터 주먹으로 해결하지 바둑은 왜 둔 걸까? 할 정도로 바둑은 그저 거들기만 했던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도파민 팡팡 터지는 작품이라 재미있게 봤습니다. 후속작도 볼 만큼요. 다음으로 봤던 게 바로 오늘 봤던 영화 승부입니다.

 

이병헌과 유안의 감탄이 나오는 연기 차력쇼

저는 평소에 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와 관련된 정보를 거의 찾아보지 않는 편입니다. 편견 없이 영화를 느끼고 싶기 때문인데요, 이번에도 ‘바둑 영화’라는 정도만 알고 관람했습니다. 바둑은 여전히 전혀 모릅니다. ‘돌로 둘러싸면 따먹는다’ 정도만 아는 수준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정말 몰입해서 봤습니다. 어릴 적 바둑을 좋아하시던 아버지가 종종 해주시던 이창호, 조훈현, 이세돌 이야기가 문득 떠오르기도 했고요.

 

<승부>가 잔잔한 작품인 만큼, 이병헌 씨와 유아인 씨의 연기력이 더욱 돋보였습니다. 연기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두 배우 모두 너무 자연스러워서 마치 본인을 연기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 덕분에 관객인 저도 그 감정선에 쉽게 녹아들 수 있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스승이 제자에게 패배하고도 기뻐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 그리고 그걸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한 모습이었어요.

 

이병헌 씨는 조훈현이 승부에 집착하던 시기의 얼굴과, 모든 걸 내려놓은 뒤의 얼굴을 완전히 다르게 표현해냈습니다.
정말 놀라운 표현력이었습니다. 유아인 씨 역시, 스승을 이기고도 기뻐할 수 없는, 하지만 져주기도 싫은…
그 양가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고 생각해요.

 


 

 

왼쪽이 실제 이창호9단 오른쪽이 실제 조훈현9단

 

 

영화가 끝난 후 관련 정보를 찾아보니,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은 현재도 현역으로 활동 중이라고 하네요.

놀랍게도 바둑 승리 수 1위가 조훈현, 2위가 이창호라고 합니다. 영화에서도 나왔지만, 조훈현 9단은 1977년부터 1992년까지 ‘패왕전’ 타이틀을 보유했고 93년에 당시 6단이던 이창호에게 패해 타이틀을 넘겨줬다고 해요. 그리고 세계대회 결승에서 외국 기사에게 패배한 적이 없었다는 점도 정말 대단합니다.

 

영화 <승부>는 바둑을 잘 몰라도, 인생의 승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배우들의 연기력에 감탄하며 몰입해서 본 영화였고, 바둑이라는 소재가 가진 깊이도 다시 느낄 수 있었어요. 저처럼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즐기고 싶은 분들, 잔잔하지만 묵직한 드라마를 찾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영화에 쿠키는 따로 없다고 합니다.

영화러닝타임이 짧은 편이 아니라 화장실이 급해서 미처 확인을 못해서 나중에 찾아봤네요😅


그나저나...

이게 진짜였다니

 

영화에서 봤던 내용과 같이 겉으로 여유 있어 보였으나 실제론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무너지기 직전이었다고 합니다. 조훈현은 훗날 자서전에서 창호와 10시간 넘게 경기를 할 때면 고도의 계산을 펼치느라 온몸이 분해될 지경이었다며...